사랑을 모델링하는 것에 대하여

사랑을 모델링하고 싶다면, 먼저 그 요소들과 과정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사랑은 너무도 모호해서 어떤 과정들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더욱이 직접 만든 것이 아닌, 외부에 존재하는 것의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엔지니어는 자동차와 같은 것은 그 작동 과정을 상세히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완성된 자동차를 어린아이에게 보여주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맞혀보라고 하면 어떨까? 아이는 자동차를 타보고, 필요하다면 부품을 분해하며 여러 가지 추측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개념과 대상들은 그 속성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사랑을 경험한다. 가족 간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혹은 놀이나 학문에 대한 사랑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다음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 수상 당시 한 말이다.
“그것이 시작이었고, 그 아이디어는 나에게 너무나도 명확해서 나는 깊이 빠져들었다. 마치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말이다.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은 그녀를 너무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래서 그녀의 결점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점이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사랑이 충분히 깊어져 있어서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이 이론에 매료되었고, 젊은 시절의 열정으로 인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붙잡았다.”
파인만은 지식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며, 그것이 비록 결함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더라도 끝까지 고수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가 말하는 사랑은 대상의 결함을 보지 못하는 “무지한 상태”에서 시작되며, 나중에 결점을 알게 되더라도 여전히 그 대상을 놓지 못하는 감정이다. 이는 사랑이 우리의 태도와 행동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보여준다.
사랑은 인간, 더 나아가 생명체가 가지는 감정이며, 각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사랑을 형성한다. 사랑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강력한 힘을 가지지만, 엔지니어링 관점에서는 그 의미의 모호성이 사랑을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직접 구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우리가 어떤 행동이든 실행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아마도 많은 가정을 설정해야 할 것이고, 우리가 가진 상식적인 지식까지 동원해야 행동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식사 중 한 사람의 소매가 음식에 닿을 것 같을 때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그 소매를 걷어주는 행동을 사랑의 표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귀납적인 방식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방식으로 이러한 행동을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바로 뇌 혹은 신체의 설계에 있다. 인간의 뇌와 몸이 작동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특정한 뇌 상태를 조성함으로써 사랑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을 만들어내는 “뇌 상태”란 무엇일까?
뇌 상태란 무엇인가? 우리의 생각은 신경세포 간의 시냅스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 즉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본적인 과정으로 작동한다. 전기적 신호와 더불어 생물학적 상태와 전기적 상태는 매 순간 변화하며,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유도한다. 상태에 대한 여러 관점은 우리의 감정에 대한 작동 원리가 여러가지임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사람이 기분이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은 요인 때문일 수 있다.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는 The Emotion Machine에서 감정 상태를 뇌 안의 특정 자원을 켜고 끄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우리의 주요 감정 상태는 특정한 자원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다른 자원을 비활성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이를 통해 뇌의 작동 방식이 변화한다.”
이는 전통적인 컴퓨터의 개념과 유사하다. ‘켜고 끄는(on/off)’ 방식으로 어떤 자원들을 사용할지 결정하는 과정에 뇌에 있고 감정이라는 것은 특정한 형태의 패턴이다. 그리고, 그 패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안다면 우리는 감정을 모델링하여, Emotion Machine을 만들 수 있다.
사랑은 다른 감정과는 다르게, 대상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랑에 빠지면 대상의 결점이 잘 보이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 결점을 인식하더라도 여전히 사랑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셰익스피어는 소네트 141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이지, 나는 눈으로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네, 내 눈은 그대의 천 가지 결점을 보지만, 내 마음은 내 눈이 싫어하는 것조차도 사랑하네.”

눈으로는 결점을 보지만, 마음으로는 그것마저도 사랑한다는 의미다. 사랑은 대상을 포용하는 감정이며, 기존의 이성적 판단을 무력화시킨다. 이러한 구조를 설명하는 한 가지 방식은 Critic-Selector Based Machine이다. 기존의 Rule-based reaction machine은 특정 입력에 대해 If-Then 방식으로 반응하지만, Critic-Selector 모델은 평가(Critic)와 선택(Selector) 과정을 분리한다. 이는 동물들이 특정 자극에 대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과 달리, 인간이 같은 상황에서도 필요와 욕구에 따라 행동을 선택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어떤 사람들은 강화 학습(RL)의 관점에서, 인간이 단지 장기적인 보상을 고려하는 동물일 뿐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인간의 “미래를 고려하는 능력”이 단순한 보상 극대화 전략을 넘어 선택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발전시켰다고 본다. 미래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으며, 정답을 미리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선택의 자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인지적 자원이 항상 제한된다는 resource-rational analysis의 논지와도 맞닿아 있다 (Lieder, 2020).
사랑을 모델링한다는 것은 대상에 대한 다양한 결점을 필터링하는 과정, 혹은 그 결점을 긍정적인 요소로 변환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또한 사랑은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속되어야 한다. 만약 사랑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혹은 감정의 연결이 잘못된다면? 우리는 현실에서 보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이 점차 사라지는 과정을 보다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사랑을 유지하거나 강화하고 싶다면, 이러한 연결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외부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결국, 엔지니어링적으로 사랑을 만든다는 것은 특정한 뇌 상태를 설계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지속적이고 강력한 사랑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Minsky, M. (2007). The emotion machine: Commonsense thinking,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future of the human mind. Simon and Schuster.
Lieder, F., & Griffiths, T. L. (2020). Resource-rational analysis: Understanding human cognition as the optimal use of limited computational resources.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43, e1.